1939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용기 있는 소년 앤디와 맹수 사자의 우정 이야기다. 무시무시한 맹수인 ‘사자’와 인간이 친구가 되는 대목만 빼면 다분히 고전적인 주제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그러나 평범한 이야기도 동화책이 아니라 그림책으로 꾸며지면 전혀 다른 이야기로 새로 태어난다. 이때 잘된 그림은 오래된 이야기의 때깔을 바꾸어, 달리 읽히게 하는 강렬한 마법이 된다. 제임스 도허티는 붓끝 하나로 어린아이가 지니고 있는 순수한 마음과 진정한 용기, 그리고 맹수와 어린아이 사이에 오가는 우정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그림으로 포착해서 어린 독자의 눈을 반짝이게 하는 마법을 펼쳐 보인다. 여느 그림책과는 달리 세 부로 나뉘어 있어서 부가 바뀔 때마다 막이 열리고 닫히는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동작이 한 페이지 안에서 완결되는 평면적인 구성이 아니라 계속해서 다음 페이지들로 이어지는 입체적인 구성으로 되어 있어 약간 엉거주춤한 액션이 있는 오래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준다. 세부 묘사는 과감하게 생략되어 있고, 선과 형태와 색채에 조금도 넘침이 없는 극히 소박한 그림책이지만, 그림 속의 인물들이 실제로 눈앞에서 펄펄 날아다니는 듯이 다이내믹하다. 게다가 인물의 과장된 동작은 만화처럼 코믹하게 읽히기도 한다. 영화나 만화를 보듯이 함께 편안한 기분으로 앉아서 책장을 팔랑팔랑 넘겨가며 그림만 보아도 좋다. 물론 이야기까지 읽으면 금상첨화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