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언니가 뭘 입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그게 내가 언니에게 한 마지막 말이었다. 1년 치 석양을 품은 것보다 붉게 피는 장미, 봄이면 최면 효과를 일으키는 브루그만시아와 라일락. 북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원을 품은 집, 워커가에는 네 명의 가족이 산다. 명망 있는 원예가이자 타고난 히피인 할머니, 수목 관리 전문가이자 동네 로미오인 빅 삼촌, 연극계의 디바이자 사랑꾼인 베일리 그리고 독서광이자 언니의 광팬인 레니까지. 특출나고 아름다운 가족들은 레니의 자랑이자 사랑 그 자체다. 그런데 4월의 어느 날, 베일리가 죽었다. 무대 위에서. 놀랍게도 시간은 언니의 심장과 함께 멈추지 않았다. 사람들은 학교에 가고 일터에 가고 식당에 갔다. 클램 차우더에 크래커를 으깨 넣고 시험 때문에 초조해하고 차 안에서 노래를 불렀다. _본문 중에서 사인은 치사성 부정맥. 줄리엣 역으로 리허설을 시작한 지 1분도 안 되어서 베일리의 심장이 멈췄다. 할머니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삼촌은 묵언수행을 시작했으며, 레니는 태양을 잃어버린 해바라기가 되었다. 음악과 꽃향기, 이야기와 웃음소리로 복작이던 워커가의 문이 무겁게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