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절손, 억지 결혼 등 박경리 소설의 전반적 특징들이 골고루 잘 나타난 작품이다. 작중 인물들은 모두 강한 개성을 바탕으로 작품의 주제를 형상화하는 데에 효과적으로 기능한다. 특히 현대 문명을 거부하려는 송 노인의 외고집은 명백하게 시대착오적이며 주실과 성삼, 영재의 비밀을 알고 난 이후의 행동들 역시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 노인의 올곧은 태도와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자신만의 고통스러운 방식들은 한편으로 몹시 매력적이다. 송 노인의 불합리한 처사에도 불구하고 우직하게 그를 따르는 영천댁과 박 서방댁 역시 마찬가지이다. 변화한 시대를 따르지 않는 이들의 고집 속에서 독자는 현대 문명에 대한 작가의 비판의식과 교감하며, 어쩔 수 없는 그들의 몰락을 함께 안타까워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