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가출했다. 아빠와 엄마는 끔찍이도 할머니를 위했고, 집안은 화목했다. 문제가 있었다면 가출하던 날 아침, 아빠가 몇 마디 안 좋은 소리로 화를 낸 것 뿐이다. 그것도 할아버지 이야기를 어린 솔이한테 했다는 이유로. 할머니는 왜 집을 나갔을까? 전날 밤새 짓던 종이옷을 들고 할머니는 어디로 가셨을까? 할머니의 고향에서 솔이는, 그 모든 의문의 대답을 듣는다. 오랫동안 부모 세대가 후세대에게 말할 수 없었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전쟁 기간 동안 '노근리 사건', '보도연맹'등 미군과 군경에 의해 빚어진 민간인 학살이 바로 그것. 희생자의 가족들에게 씌워진 굴레, 멍에 속에서 감시와 불이익을 당하며 살아야 했던 후손들. '말해질 수 없던 전설'이 진실이 되어가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제 눈높이에서 제대로 진실을 이해하고, 넓은 눈으로 세상을 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