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당신이 뭔데?” 사무실은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방대했지만, 고성은 그 넓디넓은 공간을 가로질러 도무지 닿을 것 같지 않은 동쪽 출구 끝자리까지 울려 퍼졌다.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나팔처럼 그 소리는 그 공간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의 이목을 한곳으로 집중시켰다. 장성우 과장은 남들의 이목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듯 보였다. 그는 코를 씩씩대며 자기 앞에 서 있는 누군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상대는 딱히 뭐라고 쉽게 설명이 가능한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았다. 수많은 단어 중 굳이 하나를 꼽자면 ‘무표정’이란 말이 가장 가까워 보였다. 하지만 누가 봐도 화가 난 게 분명한 장성우의 얼굴과 비교된 탓인지 남자의 얼굴은 오히려 미소를 짓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남자가 고개를 돌려 주위를 보았다. 남자가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그 행동의 의미를 알아차린 장성우는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 컸다는 걸 인식하고 이내 당황하는 기색을 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