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주의 네번째 시집 『고래와 수증기』. 전편의 시들에서 늘 새로운 '시도'를 해왔던 시인 김경주는 이번 시집에서 구도자적 특성을 더했다. 시인은 초기의 산문시에 비해 형식적으로 간결해진 51편의 시들을 선보이며, 내놓인 언어만큼이나 표현되지 않은 여백과 행간 역시 읽어내길 유도한다. 연쇄적으로 등장하는 이미지는 멈추어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유동적이며, 시인이 포착한 ‘순간’에는 ‘순환’이 잠재되어 있다. 이 책은 좀더 가까이에 있는 일상적인 것들을 다시금 바라보며, 곁을 살피며 긴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