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절망이 찾아와도 ‘나’를 잃어버리는 것보다 슬픈 일은 없습니다. 날개가 꺾이고 다리가 부러져도 나는 비둘기입니다! 하늘을 날던 비둘기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나무에 내려앉다가 반짝반짝 빛나는 전구에 걸려 날개를 다쳤습니다. 이제 비둘기는 다시 가고 싶은 곳으로 훨훨 날아갈 수도 없고, 높은 곳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 볼 수도 없습니다. 날 수 없기에 비둘기는 자유롭게 날 수 있는 다른 비둘기보다 먹이를 빨리 찾을 수 없습니다. 비둘기는 이제 두 다리로 부지런히 멈추지 않고 걷습니다. 멈추지 않고 걷다 보니 구석구석 벌레가 많은 곳을 알게 되었고, 음식 찌꺼기가 많은 곳도 제법 잘 찾아냈습니다. 음식 찌꺼기를 많이 찾은 날에는 눈먼 늙은 쥐에게 나눠 주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비둘기는 눈먼 늙은 쥐에게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그날의 대화는 비둘기의 모든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